AI에게 건축 법규 문장을 주고 Revit이나 3D 모델에서 검사할 코드를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분 뒤에는 높이와 거리를 비교하는 함수가 생기고, 모델 위에 통과초과가 표시됩니다.

코드가 실행됐다는 사실은 규칙을 정확히 구현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북쪽 방향을 반대로 읽거나, 다른 대지경계선을 선택하거나, 높이의 시작점을 잘못 연결해도 계산식은 멀쩡하게 작동합니다. 결과 화면이 그럴듯할수록 잘못된 전제를 발견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AI가 법규를 읽는 속도와 법규 판정의 신뢰성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동 검토 제품에서 가장 먼저 고정해야 할 것은 모델이 아니라 적용 조건과 입력의 출처입니다.

법규 한 문장은 하나의 공식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인용하는 건축법 시행령은 2026년 8월 16일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본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법 시행령 제86조의 일조 관련 높이 제한에는 건축물의 용도와 지역, 방향, 인접 대지경계선, 서로 마주보는 건축물, 주된 개구부, 높이와 거리, 건축 조례가 함께 등장합니다.[1] 숫자만 추출해 높이 ≤ 거리 × 계수로 만들면 적용 대상을 고르는 조건이 사라집니다.

AI는 문장에서 거리와 높이, 예외 후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델의 어느 선이 법규에서 말하는 경계인지, 어느 면이 주된 개구부인지, 해당 지역 조례의 값을 적용했는지는 프로젝트 데이터와 전문가 판단을 통해 확정해야 합니다.

저는 법규 자동 검토의 첫 산출물을 코드로 보지 않습니다. 조문을 적용 조건, 필요한 입력, 계산, 예외, 결과 근거로 나눈 규칙표가 먼저입니다. 건축 실무자가 이 표를 확인한 뒤에야 개발자가 결정론적 함수로 옮길 수 있습니다.

입력값에는 숫자뿐 아니라 출처가 필요합니다

북쪽 = 0도, 대지경계까지 거리 = 6.2m처럼 값만 저장하면 나중에 오류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북쪽은 측량 좌표에서 왔는지 도면의 프로젝트 북쪽인지, 거리는 어떤 경계선과 건물의 어느 점 사이에서 측정했는지 함께 남겨야 합니다.

하나의 규칙을 실행하려면 적어도 다음 정보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 적용한 법령·조례의 버전과 조문
  • 계산에 사용한 BIM 객체와 속성
  • 좌표계, 진북, 기준 레벨과 길이 단위
  • 선택한 경계선과 측정 방향
  • 적용한 예외와 선택 이유
  • 수치 비교에 적용할 허용오차와 반올림 기준

buildingSMART의 IDS는 어떤 IFC 객체에 어떤 속성이 있어야 하는지 합의하고 자동 검증하는 표준입니다.[2] 다만 속성이 존재한다는 검증과 그 값으로 법규 적합성을 판단하는 계산은 분리해야 합니다.

결과는 통과와 실패만 있으면 부족합니다

모델에 필요한 높이값이 없거나 법규 해석이 갈리는데도 시스템이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불완전한 입력이 확정 판정처럼 보입니다.

결정론적 계산과 사람의 검토를 함께 사용하는 2026년 건축 인허가 AI 과제는 결과를 충족, 불충족, 정보 부족, 불확실로 구분하도록 요구합니다.[3]

저는 앞의 둘을 통과실패로, 네 번째를 불확실이 아니라 해석 필요로 부릅니다. 판정을 멈춘 이유보다 다음에 누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결과에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통과: 필요한 입력과 규칙이 확정됐고 기준을 충족함
  • 실패: 필요한 입력과 규칙이 확정됐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함
  • 정보 부족: 모델이나 규칙표에 계산할 값이 없음
  • 해석 필요: 값은 있지만 예외·현장 조건·조문 해석을 전문가가 결정해야 함

정보 부족해석 필요는 실패한 기능이 아닙니다. 시스템이 결정할 수 없는 지점을 숨기지 않고 담당자에게 돌려주는 제품 기능입니다.

3D 제한면과 판정표는 같은 계산에서 나와야 합니다

3D 화면에는 제한면을 넘은 부분이 붉게 보이는데 보고서에는 통과라고 적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화면용 형상과 판정용 수치를 서로 다른 코드에서 계산했을 때 주로 나타납니다.

제한면, 건축물과의 교차점, 초과 거리와 판정 사유는 하나의 계산 결과에서 파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용자가 3D 화면에서 문제 지점을 선택하면 적용 조문, 입력값, 선택한 경계와 예외를 같은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결과 문장을 설명하더라도 숫자와 판정 상태를 다시 만들게 하면 안 됩니다. 결정론적 엔진이 만든 결과 구조를 받아 사람이 읽기 쉬운 문장으로 바꾸는 역할에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표 사례보다 경계값을 먼저 시험합니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대지에서 결과가 맞는 것만으로 검증이 끝나지 않습니다. 제한면 바로 아래, 정확히 경계 위, 허용오차만큼 넘어선 모델을 함께 시험해야 합니다.

북쪽이 뒤집힌 모델, 닫히지 않은 대지경계, 서로 겹친 선, 단위가 다른 파일, 높이 속성이 비어 있는 객체도 필요합니다. 이때 프로그램은 억지로 통과나 실패를 만들지 않고 정보 부족이나 해석 필요로 멈춰야 합니다.

법령과 조례가 바뀌었을 때 기존 프로젝트의 결과가 조용히 달라지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규칙 버전과 기준일을 판정 결과에 저장하고, 새 규칙을 적용하면 어떤 사례의 결과가 달라지는지 회귀 테스트로 확인합니다.

AI는 결정론적 판정 엔진의 앞뒤에 둡니다

AI가 잘하는 일은 분명합니다. 조문에서 조건과 예외 후보를 찾고, 규칙표 초안을 만들고, 경계값 테스트를 제안하고, 판정 결과를 설명하는 일입니다.

반면 실제 합격·불합격을 계산하는 가운데 구간에는 버전이 고정된 입력과 감사 가능한 함수를 둬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모델과 같은 규칙으로 다시 실행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고, 틀렸을 때 어느 전제를 고쳐야 하는지 찾을 수 있습니다.

AI가 건축법을 읽었다는 것은 자동 검토의 시작입니다. 제품의 완성 기준은 AI가 답을 내는지가 아니라, 입력이 부족하거나 해석이 필요한 순간에 멈추고 그 이유를 보여주는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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